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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필  작성일 201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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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이와 나

지영이는 새끼 공룡이 달린 머리띠로 삐삐 머리를 잘하고 다니는 다섯 살 먹은 여자애다.

눈은 작고 코가 납작하나 갸름한 이마선이 흰 피부와 잘 어울려 흔히 말하는 귄 있는 얼굴이다.

노래를 시키면 절대로 사양하는 법이 없으며, 노래를 부르고 나서 두 손을 삐삐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면서 마무리 한다.

이때에는 한쪽 눈으로 살짝 윙크하면서 오일 뱅크하고 CF 흉내를 내는데 약간은 혀 짧은 발음과 어설픈 표정의 귀여움이 그렇게도 잘 어울린다.

소아과 의사인 내가 이런 지영이를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지영이 외할머니 때문이다.

지영이 외할머니는 지영이 에게 먹이라고 준 감기약 시럽을 피부에 발라버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지영이의 고질적인 피부병이 나았다며 연신 고맙다는 할머니 말에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나는 입술 가득히 힘을 주었고 새빨갛게 얼굴이 달아올랐던 간호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웃고 말았다.

그 후로 지영이가 조금만 아파도 내게 데리고 왔다.


지영이는 소아과에 오면 무턱대고 진료실에 들어와 이것저것 만지다가 다른 아이를 진찰할 때 머리나 손을 잡아주면서 도와주곤 한다.

심지어는 자기 또래 정도의 우는 애를 괜찮다고 달래기도 한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진찰 시 내가 빠뜨린 게 있으면 1번이 빠졌느니, 2번이 빠졌느니 하면서 지적해준다.

지영이는 청진하고 목보고 콧물 흡입하고 체온 제는 진찰 순서에 번호를 붙여 외우고 있는 것이다.

첫딸은 살림밑천 이라더니 지영이 같은 딸을 두고 하는 말인가 싶다.


어느 여름날 지영이가 할머니에게 새떼(쇳때) 어디 있냐고 물었을 때 나는 또 한 번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나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간호사들은 어찌나 웃었던지 연달아 기침을 해댔다.

그런데 지영이 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외할머니가 돌볼 때는 새떼, 점방, 빼간(서랍)이란 단어를 쓰다가도 이모가 돌볼 때는 자물쇠, 열쇠, 엄마가 돌볼 때는 키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지영이 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을 통하여 돌보는 이를 짐작하기도 한다.

침 안 맞겠다고 우는 애는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할머니가 돌보는 애다.

인사할 때 합장하는 애는 절에 다니는 할머니가 돌보는 애다.

할아버지보고 아빠라고 부르는 애는 안타깝게도 아빠가 안 계신 애며, 울 때 이모 이모 하고 우는 애는 이모가 돌보는 애며, 아빠 아빠하고 우는 애는 십중팔구 아빠가 돌보는 애다.

최근에 지영이 엄마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영이를 돌보면서 차를 샀는데 진료실에 들어온 지영이는 어느 때보다 밝은 모습과 큰 목소리로 묻곤 한다.


엄마 키 어디 있어?”

그때 마다 나는 지영이 엄마 차 참 좋구나.’ 해야 한다.

혹시나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지영이는 점점 큰 목소리로 엄마 키 어디 있어를 계속한다.

언젠가 진찰할 때 사탕을 주면서 달래도 계속 우는 애가 있었다.

옆에서 괜찮아, 괜찮아하면서 달래던 지영이가 밖으로 나가더니 엄마 핸드폰을 가지고 와서 우는 아이에게 핸드폰을 쥐어주며 자 전화 왔어하는 것이다.

그러자 그렇게 심하게 울던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핸드폰을 귀에다 대보는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진찰 시 심하게 우는 아이에게는 내 핸드폰을 내밀어 본다.

그러면 그 무엇보다도 효과 만점이다.


지영이는 주사를 안 맞겠다고 떼쓰는 애를 달래는 방법도 나와는 다르다.

나는 아이스크림이나 장난감을 사준다고 달래는데 지영이는 안 아픈 장금이 주사라고 하면서 주사 잘 맞으면 백화점이나 E-마트에 데리고 간다고 달랜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영이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지영이가 자기를 인형처럼 예쁘게 그리고 의사선생님께 라고 쓴 그림엽서를 부끄러운 듯 비밀스럽게 내게 내밀었다.

간호사가 지영이는 선생님 어디가 그렇게 좋아?’ 라고 문자 얼굴이 빨개진 지영이는 대답 대신 엄마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눈치를 살핀다.

그러다가도 간호사가 지영이 선생님 딸 할까?’ 하면 지영이는 살포시 눈을 흘기면서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이 단호하다.

안 해 아빠 딸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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