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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김필  작성일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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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붕어 아저씨
어김없이 참붕어 아저씨가 다녀갔다.
참붕어 아저씨는 월말이 되면 밤낚시에서 낚았다며 참붕어 서너 마리를 가지고 온다고 해서 간호사가 붙여준 이름이다.
이번에도 간호사에게 붕어를 맡기면서 그냥 붕어가 아닌 좋은 유전자의 참붕어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혹시나 나와 마주칠까 봐 재빨리 사라졌다는 것이다.
벌써 해를 넘기며 여러 번째다.
어쩌다 나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금세 얼굴이 빨개지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게 꼭 부끄럼 잘 타는 덩치 큰 어린애 같다.
참붕어 아저씨가 내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게 혹 무슨 큰 잘못이라도 했는지 오해하기 십상이나 여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내가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려고 하면 '아따 원장님도' 하면서 말문을 막고 달아나 듯 등을 보인다.
그런데 그 등은 부끄럼타는 얼굴 모습과는 달리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연약해 보이나 강한 등이다.
편안하게 넓어 보이고 자신감이 차 있다.
피하는 등이 아니라 드러내고 싶은 등이다.
자 봐라 나도 나의 유전자를 가진 아들이 있다 라고 말하고 싶은 등이다.
얼굴과 등의 느낌이 크게 다르듯 참붕어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과 불행한 표정을 한꺼번에 내게 가르쳐준 사람이다.
진료실 밖 은행나무 가로수가 단풍이 들어가는 어느 가을 날 오후였다.
기다리라는 간호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않고 무턱대고 진료실에 들어와 진료 책상에 신생아를 거칠게 내려놓았다.
우는 신생아를 내버려두고 대뜸 하는 말이 애기 혈액형이 틀리다는 것이다.
자기가 O형이고 엄마도 O형인데 애기가 B형이라며 인터넷으로 확인해보았는데 둘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애기 혈액형이 나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친자확인 유전자 검사를 해야겠다며 진료실을 서성거리며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았다.
자기 유전자의 애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고민에 며칠 밤을 뜬 눈으로 끙끙댔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다.
자기 유전자로 종족 보존을 하고픈 본능이 처참하게 무너졌다고 절망하는 표정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믿음은 무너져 내리고 배반감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왠지 이상스럽게 나에게는 창피하다는 듯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표정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안절부절못하며 씩씩대는 남편과는 달리 부인은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표정이었으나 애써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도덕적인 의심을 받으면서도 경멸하는 남편의 눈빛을 힘들게 외면하고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애기를 다루었다.
부인의 모습에서 나도 어느 정도 평온을 찾았다.
혈액형을 확인 해보기로 했다.
엄마는 O형애기 또한 B형이 맞았다.
아빠 혈액형을 검사해 보았다.
중학교 신체검사에서도 군대 신체검사에서도 O형이 분명하다는 아빠 혈액형은 O형이 아니라 B형이었다.
항상 그랬다.
혈액형이 안 맞아 자기 애기가 아니라고 심하게 부부 싸움하고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를 하겠다고 달려들어도 검사해 보면 아빠가 자기 혈액형을 잘못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도 남편이 자기 혈액형을 잘못 알고 있어서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자기 유전자의 아들을 얻은 기쁨과 그런 아들을 낳아준 산모에 대한 사랑이 의심과 경멸로 묻혀버린 것이다.
안도하는 나의 숨소리는 남편의 한숨 소리에 묻혀버렸다.
남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고개를 떨어뜨렸지만 순간순간 나의 눈치를 살피는 쑥스러움 속에서도 묘한 편안한 미소를 머금었다.
부인이 남편을 철없는 어린애 취급 하는 듯 했으나 바라보는 눈빛에는 용서하는 사랑과 아빠로 인정하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의심과 배반감, 절망감은 온데간데없고 자기 유전자로 충실히 대를 잇게 해준 부인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끝없는 기쁨의 얼굴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었다.
똑같이 힘들었다는 듯 어느새 부인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혔다.
약하나 자식 앞에선 한없이 강한 어머니의 모습니다.
울던 아이도 울음을 멈추고 알 듯 모를 듯 가끔씩 의미 있는 미소를 뛰곤 했다.
나는 이 모든 변화가 이해되고 싫지 않았지만 왠지 씁쓸하였다.
자기 유전자로 종족보존을 하고픈 본능에 있어서는 인간도 어쩔 수 없는 동물이다.
동물에 있어서 이러한 본능은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복잡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이렇다.
실잠자리 수컷은 성기를 이용하여 먼저 암컷과 짝짓기 했던 수컷의 정자를 퍼서 없앤다.
참새처럼 생긴 유럽바위종다리 수컷들은 암컷의 배설강을 쪼아 암컷으로 하여금 먼저 짝짓기 한 다른 수컷의 정자를 배출하게 만든다.
암컷 사마귀는 교미를 하면서 수컷을 머리부터 천천히 먹어버리고 여왕개미는 자신이 낳은 알을 먹으면서 연명하기도 한다.
우두머리가 된 수사자는 다른 유전자의 새끼들을 죽이는 일부터 시작하고 호랑이나 곰의 수컷은 닥치는 대로 다른 유전자의 새끼들을 죽인다.
어떤 독수리는 형제끼리의 생존경쟁에서 밀려 죽은 새끼를 먹기도 한다.
고릴라, 인도 원숭이, 긴 꼬리 원숭이는 몇몇 영장류에서도 갓 난 새끼를 죽이거나, 심지어는 어미가 보는 앞에서 잡아먹어 버리곤 한다.
이는 갓 난 새끼를 죽여서 더 이상 수유를 못하게 함으로써 암컷을 다시 발정시켜 가능한 한 빨리 자기 유전자의 자식을 많이 만들겠다는 종족보존 본능의 일종이다.
암컷은 새끼들을 보호하는데 필사적으로 반항하지만 다시 배란이 일어나면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며 새로운 수컷의 유전자를 받아들인다.
그런가 하면 코요테, 아프리카들개, 이리, 도토리 딱따구리 등 일부 동물들은 자기 유전자가 아닌 새끼들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갈매기나 바다사자는 수많은 무리 속에서도 냄새를 이용하여 자기 새끼를 정확하게 찾아내고, 박쥐는 캄캄한 동굴 속, 수많은 무리 속에서도 자기 새끼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이러한 것들을 살펴보면 동물의 종족 보존의 본능에 있어서 우리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신의 영역이 있지 않나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러한 행동은 생존에 대한 본능과 자기 유전자로의 대물림 하고픈 본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참붕어 아저씨가 좋은 유전자의 붕어라며 가져온 참붕어는 사실 물고기라서 체외 수정을 한다.
물고기는 가시고기든 부모가 새끼를 돌보는 몇몇 종을 제외하곤 암컷이든 수컷이든 정자와 난자를 셀 수 없이 많이 낳아서 생존할 확률을 높이고 떠나 버린다.
참붕어는 자연의 법칙과 냉혹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지만 결국 인간에게 잡혀서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인간에 있어서는 자기 유전자로 대를 잇는 종족 보존의 본능은 과학의 발달과 윤리적인 면까지 더하여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을 띄운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인간 유전체(human genome) 지도가 완성되고 개체의 발생 및 분화에 대한 지식의 발달로 복제양 “돌리”가 탄생하고 급기야는 복제 인간 탄생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남녀 간의 사랑을 통한 유성 생식이 아닌 과학의 발달로 인한 무성 생식으로 아기를 얻게 되면 자기 유전자로 대를 잇고 싶은 종족보존의 본능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인류는 훌륭한 유전자의 애기를 원하게 되고 결국 모두 똑같이 훌륭한 유전자를 지닌 하나의 커다란 개체가 되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존엄성과 유일성이 상실되고 개인의 가치와 다양성은 파괴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생명과학의 발달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을 사용하기에 앞서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인간의 사회적 도덕성은 과학이 이용할 수 있는 측정기술 영역밖에 있으므로 윤리적이어야 한다.
과학의 발달이 생명 창조에 있어서 신의 영역에 대항하는 또 다른 바벨탑을 쌓기 보다는 인류 역시의 발전에 사용되어야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참동안 산모와 나에게 어떻게 할 줄 몰라 어리둥절히는 아빠에게 산모와 애기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면 두 손 들고 서 있으라고 했다.
아빠는 정말로 두 손을 머리위로 올리고 벌 스는 시늉을 하면서도 결코 싫지 않은 표정이다.
자식 앞에서 한없이 약해진 모습니다.
남편을 철없는 애기 취급하던 산모도 눈을 흘기면서 표정으로 나를 거들었다.
나도 덩달아 뿌듯한 마음으로 제대로 손을 올리라고 했더니 ‘아따 원장님도’ 쑥스러움에 얼굴이 상기된 채로 말을 잇지 못하지만 연신 싱글벙글 이다.
자기를 닮은 곳이 하나도 없다더니 이제는 머리카락 하나까지도 자기를 닮았다고 야단이다.
산모에게도 어디 하나 다칠까 지극정성이다.
남편은 아내에게 다 큰 애기라더니 맞는 말인가 싶다.
나도 기쁜 마음으로 애기를 진찰하고 예방주사를 놓았다.
애기가 약간 가늘게 울었다.
그러자 아빠가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한마디 한다 “원장님 좀 살살 하세요 아들 아프것구만”
그이후로 아빠는 월말이 되면 밤낚시에서 낚았다며 참붕어 몇 마리를 가지고 와서 얼른 내밀고 사라진다.
혹시나 나와 마주치면 또 손들고 서있으라고 할까봐 재빨리 등을 보인다.
그러나 그 등은 희망이 가득하고 넓어만 보인다.
넓어만 보이는 등 뒤로 진료실 밖 은행나무도 옷을 갈아입으며 자기유전자로 대를 잇는 종족보존을 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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